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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밑성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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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0-16 04: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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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민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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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뚜껑을 열자 걱정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코엑스 전시장은 마지막 날까지 관람객으로 붐볐고, 을지로·한남동·청담동·삼청동에서 이어진 ‘네이버후드 나잇’과 각종 부대행사에도 인파가 몰렸다. 서울 곳곳에서 미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식지 않은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주최 측 발표에 따르면 키아프 서울에는 닷새간 약 8만 명, 프리즈 서울에는 나흘간 7만 명 이상이 방문했다. 프리즈에는 54개 국가와 지역의 관람객이 찾았고, 25개국 178개 미술관 및 기관 관계자가 참석했다. 기관 방문 규모로는 역대 최대였다고 발표했다.
나는 이 숫자를 보며 문득 ‘15만 양병설’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척박했던 한국 미술시장에 15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면 얼마나 든든한 일인가. 하지만 역사 속 십만양병설이 실제 병력의 숫자만을 의미하지 않았듯, 미술시장의 15만 명 역시 그 구성과 의미부터 살펴봐야 한다.
키아프와 프리즈의 관람객 수를 단순히 합산해 ‘15만 명이 방문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두 행사는 같은 코엑스에서 열리고 한 장의 티켓으로 양쪽 페어에 입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7년부터 프리즈는 코엑스 공사로 인해 A·C홀 사용이 어려워지면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로 이전하고, 키아프는 코엑스 B·D홀에 남는다. 두 페어는 장소가 나뉜 뒤에도 통합 티켓과 공동 프로그램을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분리를 앞두고 키아프 측은 프리즈가 먼저 끝나고 키아프만 열린 일요일에도 약 8,000명이 방문했다는 。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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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아프가 독자적인 관람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의미로 읽힌다.
키아프 관람객 8만 명과 프리즈 관람객 7만 명 사이에는 상당한 교집합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동일한 7만 명이 두 페어를 모두 방문하고 나머지 1만 명이 키아프만 봤다면 순방문자는 8만 명이다. 두 관람객 집단이 완전히 다르다면 15만 명이지만 현실은 그사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이번 페어를 방문한 내 지인 중에도 프리즈만 봤다는 사람이 있고 키아프만 찾았다는 사람도 있었다. 내가 두 페어의 동시 개최를 준비했던 첫해부터 통합패스가 도입돼 벌써 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한 장의 티켓으로 양쪽을 모두 볼 수 없다고 생각하는 관람객도 있었다. 교집합이 작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정확한 자료 없이 실제 방문자가 8만 명에 가까울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 역시 억측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주최 측이 숫자를 부풀렸다고 의심하는 일이 아니다. 문제는 ‘관람객’이라는 기초 지표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다. 두 숫자가 개별 페어에 들어온 사람을 뜻하는지, 입장할 때 찍은 스캔 횟수를 뜻하는지, 여러 날 재입장한 사람을 중복 집계했는지도 공개 자료만으로는 알 수 없다.
‘관람객 수’와 ‘방문 횟수’, ‘티켓 발행량’과 ‘실제 입장 인원’, ‘유료 관람객’과 ‘초청 관람객’은 서로 다른 개념이다. 8만 명과 7만 명은 개별 행사의 성과를 보여주는 수치로는 의미가 있지만, 이를 합산해 실제 방문 관람객으로 해석하려면 중복과 재입장을 제거한 순방문자 수가 필요하다.
관람객 숫자의 의미를 묻는 일은 키아프와 프리즈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지난 5월 같은 기간 열린 두 아트페어가 흥미로운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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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아트부산은 VIP 프리뷰를 포함한 나흘 동안 약 6만 명이 방문했다고 밝혔다. 서울 코엑스마곡에서 처음 열린 하이브 아트페어는 같은 기간 총관람객을 5,271명으로 집계했다.
물론 이 숫자만으로 두 페어의 성패를 비교할 수는 없다. 아트부산은 15회를 맞은 지역 대표 아트페어로 18개국 106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하이브는 서울 마곡에서 처음 출범한 신생 페어로 48개 갤러리가 참가했다. 역사와 규모, 개최 도시, 접근성, 초청 네트워크가 모두 다르다.
다만 하이브가 ‘약 5,000명’으로 뭉뚱그리지 않고 5,271명이라는 구체적인 숫자를 공개한 .은 눈여겨볼 만하다. 기대에 못 미쳤다고 평가될 수도 있는 결과를 정확히 밝힌 태도는 의미가 있다. 정확한 출발.을 알아야 다음 행사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큰 숫자는 홍보에 유리하지만 정확한 숫자는 신뢰를 쌓고 다음을 기약하는 데 중요하다.
최근 한국에서는 미술관 관람객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 《론 뮤익》은 약 3개월의 전시 기간에 53만3035명을 모았다. 하루 평균 5,671명이다. 올해 열린 《데이미언 허스트: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역시 약 54만 명이 관람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영국 미술 전문지 《The Art Newspaper》의 2025년 세계 박물관 관람객 조사에서 650만7483명으로 세계 3위에 올랐다. 루브르박물관 904만6000명, 바티칸박물관 693만3822명에 이어 영국박물관과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을 앞섰다. 전년보다 약 72% 증가한 결과다.
이들 수치는 수개월 또는 1년 동안 축적된 결과다. 이에 비해 키아프와 프리즈는 각각 닷새와 나흘 동안 7~8만 명을 끌어모았다. 일평균 규모만 놓고 보면 폭발적이다. 서울의 미술 열기가 중요한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는 .은 부인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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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술관·박물관과 아트페어를 같은 방식으로 비교해서는 안 된다. 미술관과 박물관의 목적은 연구와 보존, 전시, 교육, 공공의 문화 향유에 있다. 아트페어는 갤러리와 미술계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산업 플랫폼이다. 관람객이 많다는 사실은 모두에게 긍정적인 신호지만, 아트페어에서 관람객의 의미를 파악하려면 단순한 총인원 너머의 정보가 필요하다.
아트페어 현장에는 입장권을 산 일반 관람객, VIP 고객, 작가와 미술계 종사자, 미술관 관계자, 후원사 초청객, 언론인, 학생 등이 섞여 있다. 업계에서는 실제 유료 관람객 비중이 발표 관람객보다 상당히 작으며 10~20% 안팎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그러나 유료 입장권과 VIP 초대권의 비중, 재입장 집계 방식이 공개되지 않는 이상 이 역시 현장 경험에 근거한 추산일 뿐이다. 근거 없는 낙관을 경계하려다 또 다른 근거 없는 숫자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유료 관람객 비율이 높아야 반드시 좋은 페어인 것도 아니다. 일반 공개 전에 진행되는 VIP 프리뷰에는 컬렉터뿐 아니라 미술관장과 큐레이터, 재단 관계자 등 미술 생태계의 주요 인사들이 초청된다. 페어가 25개국 178개 기관 관계자의 참석을 강조하는 것은 전체 관람객의 규모만큼이나 누가 방문했는지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일반 관람객의 가치도 낮게 평가할 수 없다. 지금은 호기심으로 페어를 찾은 학생이나 직장인이 이후 갤러리와 미술관을 꾸준히 방문할 수 있다. 관람객을 불러들이는 일은 문화예술의 저변을 넓히고 미래의 미술 애호가와 컬렉터를 양성하는 긴 투자다.
결국 필요한 것은 ‘초청 관람객이 많으니 8만 명은 허수’라는 냉소도, ‘15만 명이 왔으니 한국 미술시장은 호황’이라는 자축도 아니다. 누가 왜 방문했고, 어떤 경로로 페어를 알게 됐으며, 그 경험이 다음 방문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살피는 일이다.
비교해볼 만한 사례가 영화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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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는 약 1,690만 명을 동원했고,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디세이'도 9월 초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얼어붙었던 극장가에 오랜만에 대형 흥행작이 연이어 등장했다.
이런 흥행 숫자를 신뢰할 수 있는 배경에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즉 KOBIS가 있다. 전국 영화관의 발권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송받아 영화별 관객수와 스크린수, 상영 횟수 등을 공통된 기준에 따라 집계한다. 무료 초대권도 정상적으로 발권되면 관객 수에 포함될 수 있지만, 적어도 무엇을 기준으로 관객을 집계하는지는 제도적으로 정해져 있다.
KOBIS가 영화산업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는다. 발권한 사람이 실제 좌석에 앉았는지, 할인권이나 무료 초대권이 관람 결정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까지 보여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제작사와 배급사, 극장, 투자자, 언론이 같은 기준으로 만들어진 숫자를 놓고 이야기할 수 있다.
미술시장에는 이에 견줄 공통 지표가 없다. 아트페어마다 관람객 집계 방식이 다르고, 보도자료에 제시되는 숫자가 순방문자수인지 누적 입장 횟수인지조차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현장에서는 관람객이 많았는지 적었는지를 체감으로 이야기하고, 폐막 뒤에는 주최 측이 발표한 총관람객 수가 별다른 검증 없이 반복 인용된다.
그렇기 때문에 아트페어 관람객 지표부터 표준화해야 한다. 중복을 제거한 순방문자 수와 날짜별 입장 건수, 유료·VIP·관계자 패찰의 구성, 재방문율, 내외국인 비중 정도는 동일한 기준으로 집계할 수 있다. 연령대와 거주 지역, 방문 목적, 페어를 알게 된 경로, 체류 시간, 향후 재방문 의향 등을 익명화된 설문으로 조사한다면 관람객의 성격도 더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모든 정보를 일반에 공개하기 어렵다면 독립된 조사기관이나 업계 협의체가 자료를 검증한 뒤 핵심 지표만 발표하는 방법도 있다. 개인정보를 공개하지 않고도 전체 관람객의 흐름을 보여주는 통계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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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예술경영지원센터가 평가 대상 아트페어에 조사 인력을 보내 설문을 진행한다. 그러나 일부 관람객과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일회성 설문만으로 전체 관람객의 구성과 이동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여러 페어가 같은 기준에 따라 매년 자료를 축적하는 시스템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티켓 발권 자료와 출입 기록, 현장 설문을 함께 분석해야 수박 겉핥기식 평가에서 벗어날 수 있다.
2027년에는 키아프와 프리즈가 서로 다른 장소에서 열린다. 통합 티켓을 유지하더라도 관람객이 코엑스와 DDP 사이를 실제로 얼마나 이동하는지, 한 페어만 찾는 사람은 얼마나 되는지, 두 행사에 여러 날 방문하는 사람은 얼마나 되는지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올해까지는 같은 건물 안에서 몇 층만 이동하면 됐지만, 내년부터는 관람객이 시간과 교통비를 들여 두 장소를 오가야 한다. 새로운 집계 기준을 마련하기에 오히려 좋은 기회다.
데이터가 쌓이면 운영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데이터는 순위를 정하고 자랑하기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제한된 자원을 어디에 투입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시장의 계기판이다. 속도계와 연료계가 없는 자동차를 운전할 수는 있어도 멀리 가기는 어렵다.
키아프와 프리즈가 발표한 8만 명과 7만 명은 서울에 대한 니즈가 충분하다는 신호다. 중복 방문이 있다고 해서 허수로 치부할 필요는 없다. 같은 사람이 두 페어를 모두 찾았다면 미술에 대한 관심과 체류 시간이 그만큼 컸다는 의미일 수 있다.
반대로 두 숫자를 합해 15만 명의 독립된 관람객이 왔다고 홍보해서도 곤란하다. 올해 서울에 모인 ‘15만’은 완성된 컬렉터 부대가 아니다. 작가와 갤러리, 미술관 관계자, 미술 애호가, 호기심으로 처음 페어를 찾은 관람객이 뒤섞인 가능성의 숫자다. 그 가능성을 실제 시장의 힘으로 바꾸는 것이 키아프와 프리즈, 그리고 한국 미술계가 해야 할 일이다. 한국 미술시장의 다음 성장은 치킨런처럼 서로 더 큰 숫자를 발표하는 데서가 아니라 그 질문에 정확한 데이터로 답하는 데서 시작될 것이다.
박준수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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